PEOPLE

그들의 이력서

젊은 베르테르,다르게 쓰는 결말예술감독 원일

능력이 한계에 부딪히는 것을 볼 때, 모든 노력이 욕구 충족을 위한다는 사실을 알아버렸을 때, 그때 나는 내면의 또 다른 세계를 찾아간다네.* 이 내면의 여행을 끝마치고 현실로 돌아가면 난 써놓은 페이지를 지우고 다시 쓸 거라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5월 22일 편지 중

Chapter 01신상털기

  • 이름원일
  • 생년월일1967. 10. 19
  • 별자리천칭자리
  • 특기/포지션피리, 타악, 작곡
  • 소속100% 프리랜서, 제100회 서울 전국체전 개∙폐막식 총감독

Chapter 02인생이력

  • 1986국립국악고등학교 졸업
  • 1990추계예술대학교 졸업
  • 1992중앙대학교 대학원 작곡과 졸업
  • 1993그룹 ‘푸리’ 리더
  • 1996제34회 대종상 영화음악상(영화 <꽃잎>)
  • 2000국립무용단 음악감독KBS 국악대상 작곡상
  • 2006‘바람곶’ 대표
  • 2008제45회 대종상 영화음악상(영화 <황진이>)
  • 2012-2015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교수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
  • 2018평창 동계올림픽 개/폐막식 음악감독
  • 2019제100회 서울 전국체전 개/폐막식 총감독
나의 변곡점
처음에 클라리넷을 할 때도 잘한다는 소리를 꽤 들었다. 1983년 국립국악고로 진학해 피리를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 전국국악경연대회 대상도 받고, 언론으로부터 주목도 받았다. 스네어 드럼 - 리코더 - 노래(초등학교) - 클라리넷(중학교 밴드부) - 피리(국악고)를 접하며 소리의 서정에 빠져 있던 내 감각의 피뢰침에 번개가 내려쳐진 순간은 사물놀이와 만날 때였다. 古 김용배 선생은 내 몸에 잠자던 사자인 리듬의 본능을 깨워준 스승이다. 이런 음악적 경험들은 대학 때부터 창작 음악에 대한 욕망을 실현시키는 기반이 됐다. 대학교 1학년 때 창작 무용작품에 음악을 만들어 줄 수 있겠느냐는 젊은 안무자의 요청을 받았다. 안무자의 생각을 소리로 구성하고, 그 소리들이 몸으로 표현되는 작업이었다. 무척이나 재미있었다. 연주자가 아닌 다른 작업이 굉장히 신선하게 다가왔고 소리를 생각하는 범위가 넓어지는 기회였다. 내가 한 작업을 새롭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보며 창작을 더 본격적으로 해야겠다는 욕구가 타올랐다.
전통의 매력에 빠지게 된 계기
어린 시절 내게 음악은 놀이와 자유의 공간이었다. 서양음악을 하던 내가 아는 전통음악이라고는 굿의 대명사인 꽹과리 소리나 드라마에 이따금 등장하던 상여 실려 나가는 소리 정도였다. 가장 큰 변화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만난 사물놀이로부터였다. 악기들이 만드는 리듬은 서양음악에서 느낄 수 없었던 전자극적 감각을 불러일으켰다. 몸에 + 전자가 몸의 원자를 자극하여 혈류를 솟구치게 하는 느낌이었다. 한편 처음 들었던 밴드부 선배가 들려준 단소 소리는 내게 먼 이국의 ‘섬나라 음악’처럼 느껴졌다. 국악고에 처음 방문했던 날 학생들이 연습실에서 연주하던 대금과 가야금의 새롭고도 아련한 소리에서 ‘즉시’ 시공간을 이동시키는 힘이 느껴졌다. 전통음악은 잠재된 무의식을 발동시킨다. 역사적, 시간적 몸 안에 축적된 소리 유전자를 깨우는 소리라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이고, 전생의 기억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것이다. 모든 음악에는 저마다의 시간성이 있다. 소리, 즉 연주의 역량은 연습의 총량에 꼭 비례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차이를 만들어내는 반복에 달려있다. 진동의 질을 통해 소리의 좋고 나쁨이 구별된다. BTS의 음악이 지닌 소통 방식과 음악의 힘, 서태지의 퍼포먼스와 음악이 의미했던 시대의 힘, 그리고 이미자가 부른 노래에 담겨있는 정서와 힘은 각기 존재성이 다르다. 음악은 언어를 초월하는 인류의 공통감각이다. 소리 자체가 소통의 수단이자 매체이지만 많은 전통음악의 목적과 달리 예의 음악들은 상업음악이라는 공통된 지향점을 가진다. 음악에는 고고학적인 지층이 있다. 그 시절 그 음악을 들었을 때 그 시공간으로 날아가는 경험은 다들 있을 것이다. 전통음악은 지금, 여기 현대적 삶과 일제하의 근대적 시간을 통과하여 저 밑바닥 지층의 시공간으로 우리를 이끈다. 바로 거기가 이미지의 흐름을 넘어서는 무의식의 심연과 맞닿는 지점이다.

중학교 밴드부 활동 모습

국악고등학교 재학 시절

시대 속에서

86학번. 당시 한국은 온통 불온과 불안으로 가득했다. 세계와 소통을 더욱 욕망하며 폭정에 항거했고 이상적 정치를 염원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와 문화적 환경에 대하여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시대였다. 1987년 학생운동가 이한열이 사망했다. 대학가에는 하루가 멀다고 데모가 벌어졌으며 곳곳에서 최루탄 냄새가 날아들었다. 당시 서로 다른 대학생 선·후배와 동료로 구성된 ‘소리사위’라는 그룹(대금 변제남, 해금 박경숙, 거문고 허윤정, 타악 유경화, 타악·노래 김용우, 가야금·타악 권성택, 피리·타악 원일)을 결성하여 시대적 고민을 우리 음악으로 담아 실천하고자 했다. 당시 나는 열렬히 우리 음악의 가능성을 증명하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받으며 사유했고,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으며, 끝없이 토론했다. 시대적 아픔과 요구에 응답하고자 하는 여러 예술가가 나에게 영향을 주었다. 어쩌면 전통음악이라는 비주류, 변방에 적을 두고 있다는 생각에 더욱 역능을 발휘해 가능성을 증명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때의 기억들과 경험들이 지금까지도 어떤 일을 행할 때 의미와 가치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내게 있어 사유의 의식을 만든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창작의 고통과 기쁨

Puri Memories

창작의 가장 큰 기쁨은 고심하던 소리의 편린들과 조각들이 저절로 술술 앞뒤로 연결되며 풀려 나올 때다. 내 속에 쌓여 있던 잉여물들 또는 무의식의 심연에 잠자고 있던 존재들과 연결돼 마치 어떤 부름에 부응하듯 결과물이 창조되는 순간이다. 자주 찾아오지는 않지만 그 전일(全一)한 통합의 느낌은 강렬하게 신체에 각인된다. 마음을 갈래갈래 헤치며 떠다니는 생각의 조각들을 되뇌고 걸으며 탁 잡아채어 낚은 것이 ‘간’, ‘신뱃놀이’, ‘꽃잎’ 같은 작품들이다. ‘푸리’나 ‘바람곶’의 모든 작업은 놀면서 만들었기 때문에 당연히 재밌었다. 특히 여러 연주자와 합작을 할 때의 쾌감이 있다. 개인의 소리와 생각이 타래처럼 엮이면서 나오는 것이 있다.

창작을 할 때 중요한 것

여러 갈래의 길이 있다.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길을 가는 사람도 있고, 새로운 길을 내어 가는 사람도 있다. 누구나 창작을 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허나 나는 자기만의 루트가 있는 음악가가 진정한 아티스트라고 생각한다. 창작을 위해서는 먼저 연주적 감각과 연주자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일부가 아닌 전체를 만드는 작업이기에 확실한 메커니즘적 이해가 필요하다. 그다음은 메시지다. 메시지는 창작의 핵심이다. 메시지는 여러 감각 요소로 전달 가능하지만, 인간에게 가장 확실한 메시지는 단연 언어다. 음악에서는 가사다. 산조나 민요는 가진 것 자체로도 충분히 아름답지만, 대중에게 가닿으려면 동시대성에 유효해야 한다. 현대의 전통 창작 음악이 대중에 받아들여지기 위해서 반드시 갖추어야 할 요건이다.

2010년 바람곶 콘서트 <문> | BEONDI 유튜브

전통의 범주
지금 우리 시대가 인식하는 전통은 조선 후기, 혹은 근대의 것이다. 그 이후로는 포스트 모더니즘의 시대적 양식으로 봐야 한다. 국악이나 전통이라는 말도 덜 써야 한다. 지금 우리가 하는 음악을 전통으로 부르려면 최소한 백 년은 지나야 한다. 후대의 이들이 ‘전통’이라 불러야 마땅한 것이지 우리 스스로 지금을 전통이라 명명하는 것은 지극히 모순이다. 현재 국악계는 예술적 자유성보다는 보수적인 프레임이 높다. 과거의 전통을 고유하게 지키기 위해 애써온 노력이다. 이와 못지않게 대중에게 사랑받고 미래로 전진하여 ‘국민의 음악으로서의 국악’을 지키고 싶다면 현재까지의 보수성을 무효화시키는 작업 또한 필요하다. 이것은 교육 양식부터 개편이 필요한 문제다. 우리 악기로 만드는 새로운 음향체, 현재 우리가 사는 시대적 양식이 필요한 것이지 조선의 전통으로 머무를 필요는 없을 것이다. 예전에는 음악 들을 기회가 귀했기 때문에 모든 것이 신선하고 재밌게 들렸지만 현시대는 그렇지 않다. ‘우리의 전통은 좋은 것이니 용인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내부에서부터 바꾸어 새로운 감각들과 맞대는 시도가 필요하다. 예술은 계속 달라지는 시대의 감수성과 감각을 전면에서 드러내는 일이며, 시대를 관통할 설득력 있는 감각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전통의 한계와 가능성
동양의 우주관은 서양과 달리 우주 만물이 상호 관계성을 갖고 조화와 순환에 의해 존재한다는 과학적 믿음에 근거한다. 어떤 물질적 존재도 순수 개체로 존재하지 않고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태양과 우주, 사람과 자연, 물질과 사회, 악기와 소리까지 모든 것이 그럴 것이다. 소리는 공기라는 매질을 통해 전달되는데 공간에 따라 공기는 늘 다르다. 공간, 시간, 날씨, 악기, 연주자, 관객이 가진 에너지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같은 공연의 느낌이 매번 같지 않다는 사실도 이해할 수 있다. 분위기란 어떤 성격의 상태에 있는 공기의 질을 뜻하는 것으로 전통악기에는 특유의 진동,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소리 입자 에너지가 몸에 닿을 때 주는 말할 수 없는 감정이 있는데, 이 전달력을 아직까지 현대 기술이 담아내진 못한다. 모든 음악이 스트리밍 서비스로 빠르게 보급되는 시대에 현재 전통음악 시장의 약점이자 풀어내야 할 숙제다. 또한 국악관현악의 음향에 대하여 본격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반 음악 애호가가 녹음된 국악관현악을 즐겨 듣는다는 건 현재로써는 쉽지 않다. 라디오로 송출하는 것조차 꺼리게 되는 음향을 어떻게 대중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 여러 방향에서 이러한 논의가 필요하지만 이 시대는 다양성은 존중하되 문제시되는 지점을 해결하기 위한 공공적 논의는 부족해 보인다.

Chapter 03 개인 취향

성격
나에 대해 알고 싶어 공부를 시작한 명리학은 전통사상과 문화를 이전보다 더 깊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동양사상의 기조 철학은 내성과 외성이 가진 흐름과 조화를 이야기한다. 혹자는 미신쯤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명리학은 굉장히 과학적이며 통찰적인 세계관을 열어주는 학문이다. 명리학적으로 나는 진토(辰)와 술토(戌) 둘 다 있는 사주다. 용과 개. 서로 상충하는 두 성격이 만나 하늘을 날 듯한 욕망과 땅을 비비는 기질이 내 안에서 충돌한다. 그 충돌은 비평적 성격으로 자주 드러난다. 비판은 남을 향하기도 하지만, 스스로에게도 다름없이 적용된다.
취미생활
한때 나는 영화감독을 하려고 했다. 지금도 영화는 많이 보는 편인데, 영화는 음악이 주는 종합적 상(像)을 영상으로 풀어낸 듯한 느낌이 있다. 새로운 경계를 여는 작품들이나 새로운 감각, 이성과 감성을 리프레시시키는 영화들이 좋다. 요즘엔 개념을 다루는 책을 읽는 것도 즐긴다. 그런 책들은 세계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적 삶의 문제들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다양하게 사유하게 한다. 때로는 한 권의 책과 단단한 문장이 마치 명의의 진맥처럼 삶을 깊이 통찰하게 한다. 다양한 책, 현대 미술도 그렇고 예술과 문학은 내 안의 수많은 타자를 만나게 하고 체험들을 종합해준다. 이런 인풋은 창작자에게 물과 같다.

최근 주목하는

작년 ‘남원춘향제’에 갔다가 우연히 ‘악단광칠’의 무대를 보게 됐다. 관객을 압도적으로 끌어당기는 힘을 가진 무대에 빠져들어 정말 재밌게 봤다. 서양 어법을 거의 쓰지 않으면서 우리 고유의 샤머니즘적 신명을 불러일으켰다. 음악의 방향이 명확하고 소리의 질과 힘이 좋은 팀이었다. 자신들이 해야 할 것을 명확히 알고 있으며, 프로페셔널한 전업 음악가로서의 확실한 팀워크가 무엇보다 큰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다. 해외에서는 더욱 크게 한국적인 힘과 색을 어필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의 활동이 더욱 기대되는 팀이다.

악단광칠 영정거리 | 네이버 온스테이지

추천할 만한
나는 생각해야 할 게 많아지면 한 곳에서 반나절 이상을 침묵의 상태로 가만히 있어 보거나, 정처 없이 오래도록 걷는다. 조용히 내 안을 들여다보듯 걷는 행위는 생각의 고리를 연결하여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가리켜 주곤 한다. 이 경험은 특히 압도적인 자연의 풍경 속에서 극대화된다. 책, 영화, 대화도 좋지만 자연이 주는 에너지는 다른 차원에서 특별하다. 인적이 드문 압도적 자연풍경 속에서 모든 것들을 지켜보며 고요히 두 시간 이상을 있어 보라.

Chapter 04 이상과 현실

나의 현재 삶의 만족도
대체로 만족스럽다. 하지만 내 인생에 있어 지금이 가장 생각과 고민으로 가득한 시기이기도 하다. 나는 모든 자리를 탈피하고 완전한 독립체로 존재 중이다. 작품이나 자리에 대한 제안들도 대부분 거절하고 있다. 아웃사이드에 나를 놓고 보니 이너서클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문제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관찰자적 입장에서 다양한 측면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음악적 한계와 새로운 가능성의 돌파구를 늘 생각한다. 지금까지 누군가 혹은 내가 해왔던 방식을 답습하는 것으로는 이 고민의 해답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음악적 어법이나 스타일이 과연 전통이라는 장르 안에서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반복하고 있다. 그래서 현재의 나는 도망치는 자이며 많은 생산을 하기보다는 내 안의 고민 속에 체류하고 있다. 일종의 기저 상태다. 연속되지 않는 궤도 상에서 전자 에너지를 최소화하여 내부에 모으고 있다.
추구하는 음악세계
음악적으로 내 인생의 지난 길을 돌아보면 지금까지 세 가지 시대를 변이해왔다. 초기에는 음악이 주는 아름다움과 위안, 소리적 환상을 추구했다. 아마도 서양음악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름다운 소리로 찬사 받는 고전적인 음악가의 모습을 꿈꿨다. 두 번째는 국악으로 넘어오면서부터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주류적 장르나 트렌드, 인지도에 편승하는 방식이 아닌 전통음악으로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렇게 전통을 통과해 지천명을 넘고 나서는 ‘내가 하는 음악’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악기, 장르, 표현기법 등과 상관없이 이제는 ‘완전한 나의 음악’을 표현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특히 음향에 대한 부분을 주로 생각한다. 부드럽고 감동적인 것보다는 전율이 오를 정도로 강도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 그것은 침묵일 수도 있고, 기괴한 소리일 수도 있겠지만, 모든 요소들이 융합되어 오감의 감각을 극대화하는 음악, 공간과 시간에서 다루는 작곡과 연주를 해 나가려 한다. 지금은 겨울이다. 봄이 올 때까지 아니 봄을 준비하며 동면하는 상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젊은 베르테르들에게
능력 있는 젊은 음악인들이 많다. 지금의 밀레니얼 세대는 많은 음악과 문화를 체득할 수 있는 시기에 나고 자랐다. 배움의 강도와 속도가 빠르고 감성이나 리듬감도 다름을 느낀다. 그러나 자본경제사회라는 구조 속에 포획되어 그 반짝이던 것들을 잃는 느낌이다. 경제 구조와 기존 체제에 잠식되어 독립을 꿈꿀 수 없는 것일까? 예술은 탈중심의 비정규적, 일상과 비일상적 시공간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스티브 잡스는 2005년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 연설 중 ‘Stay Hungry, Stay Foolish.’라는 말을 했다. 항상 갈망하고, 항상 무모하라는 것이다. 청년정신! ‘질풍노도의 시기’라는 말이 있다. 단순히 유청년기를 표현하는 말이 아닌 ‘기존 체제를 돌파하는 새로운 흐름을 만든다’는 말이다. 80년대나 지금이나 수많은 ‘젊은 베르테르’가 체제 안에 좌절하고 동시에 투항한다. 나 역시 청년정신을 잃고 싶지 않다. 쉽지 않지만 많은 청년 음악가들이 스스로의 영토를 개척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잘 살펴보면 음악을 주 콘텐츠로 삼으려는 도시들의 기획과 시도들이 많이 있다.
앞으로의 계획
나이가 들면 경계해야 할 것 중 하나가 ‘해봤어’라는 생각이다. 해봤기 때문에 알고 있다는 착각. 나는 경험과 지식의 비례 공식을 부정하는 편이다. 지금 시대에 무엇을 해야 하고, 안해야 할 지 질문하며 답을 찾고 있다. 우리 시대는 자본이 모든 것들을 먹여 삼키는 민주주의 아닐까? 전 세계가 영화와 드라마, 심지어 개인 콘텐츠를 제작하는 시대이다. 최근에는 스트리밍 방식으로 개인의 취향을 저격 맞춤 배급하는 넷플릭스가 많은 영감을 준다. 넷플릭스는 문화적 아이러니는 물론 기술과 미래를 다 들여다볼 수 있는 시대의 거울이다. 콘텐츠와 엔터테인먼트가 잘 버무려진 복합체들이 문화적으로 금기된 것들을 가볍게 비웃으며 뛰어넘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 자본에 포획된 영혼들을 강력하게 포로로 만들고 이미지의 흐름을 창조하고 장악하고 있다. ‘이런 시대에 전통이 현대를 끌어안을 방법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어떠한 대답을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무언가를 내놓을 수 있을까? 오감이 자극되고 언어 감각이 마비되는 압도적이며 가촉적인 음향, 이미지와 설치가 통합된 예술을 꿈꾸고 그린다. 이를 통해 순수하게 마음을 열고 소리를 듣고 눈앞의 현실을 바라보는 것. 그런 상태를 창조하고 싶다. 예술은 오직 그런 감각적, 정서적 지평을 확장시킬 때 진실로 순수한 것 아닐까.

나의 키워드

  • 무의식과 의식
  • 비일상
  • 비정규
  • 내 안의 괴물
  • 젊고 새로운
  • 고민과 사유
  • 예술과 감각
  • 브뢰콜레르
  • 음향체
  • 컨템포러리
  • 혼돈과 조화
  • 샤먼
  • 자연
  • 좋은 비평
  • 힘과 강도
  • 헤파이토스의 대장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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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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