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전통처방전

아름다운 실패 속에남북 전통문화가 나아갈 길

글 이재훈(뉴시스 문화부 공연·음악 담당 기자)
눈 속에서도 씨앗은 움트고, 마른 가지에서도 새 잎은 돋는다. 끊어진 것만 같은 남북 관계에도아지랑이 같은 봄의 서정이 울리고 있지만 언제쯤 평화의 꽃을 피울 수 있을까.
대담자
민경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이하 민),노승림 문화정책학 박사(이하 노),천현식 국립국악원 학예사(이하 천),이아람 '2018 여우락 페스티벌' 음악감독 겸 '블랙스트링' 멤버(이하 이),이재훈 뉴시스 기자(이하 훈)

따로 또 같이, 전통이란 뿌리

4월 '판문점 선언'에 앞서 남북 교류의 다리를 다시 놓은 건 남북 합동공연 '봄이 온다'였다. 당시 공연에서 선보인 곡은 대중음악 위주였지만 1985년 첫 남북 예술단 교환 때부터 남북문화예술교류의 중심이 돼 온 것은 전통공연이었다. 이로 인해 앞으로도 전통예술이 남북 문화교류의 구심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동시에 남북통일이 되면 세대교체 시점이 맞물리면서 남측의 일부 원로 예술인들이 '짐을 싸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불거지고 있어 교류에 소극적인 흐름도 나타난다. 남북전통문화교류를 현실화하기 위해 전통예술계는 어떤 시선과 마음으로 이 시기를 바라봐야 할까. 또 무엇을 준비하고 대비해야 할까.
우리가 북한을 바라볼 때 전통의 뿌리를 엎고 주체사상으로 획일화시켰다는 인식이 있죠. TV로 북한 연주자들의 연주를 보면, 기술적으로 뛰어나 음악인들이 '손가락이 안 돌아가면 어떡하지', '저들보다 빨리 연주를 못하면 어떡하지' 등 기교적인 두려움을 갖기도 해요. 어느 부분은 맞고 어느 부분은 기우가 아닐까요.
두 가지 의견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빨리 평양을 접수하자'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우리 음악대학이 평양에 접수당할 것이다'라고 이야기하죠. 그런데 다 몰라서 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까 이런 자리가 필요하죠. 논의를 해보면 어떤 것이 잘못된 이야기이고 그것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생각하게 될 겁니다.
맞아요. 잘 몰라서 두려워하는 거죠.
가장 중요한 것은 모른다는 거죠. 과거에 있었던 교류를 회고해보면, (분단 이후) 최초의 남북문화교류는 1985년도에 있었습니다. 대중음악과 클래식, 전통음악이 포함돼 있었죠. 남북 적십자회담의 일환으로 공연이 열렸는데 금방이라도 통일이 될 것 같은 분위기였어요. 북한의 평양예술단이 서울에 왔고, 남쪽에서는 서울예술단이 평양에서 공연을 했죠. 당시에는 이데올로기가 중심이었기 때문에 서로 '예술적으로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죠. '참된 예술을 보여주겠다'며 레퍼토리도 남쪽 서울예술단은 국악 중심, 북쪽 예술단은 민요 중심으로 구성됐죠. 이번 공연에서는 예외였지만요. 그런데 각각의 공연을 보고 서로 극단적인 반응을 보였어요. 북측은 남측을 공격하면서 복고주의라고 비판했어요. 옛날 방식을 고집을 한다고 비난했죠. 가곡 분야에 대해서도 국적이 없다고 불평했죠. 대중음악에 대해서는 상업적이라고 지적하는 등 99%가 부정적인 의견이었습니다. 남측도 북측 예술에 대해 '국적이 없다', '러시아 쪽인지 중국 쪽인지 구분이 안 된다', '호전적이다' 등의 비판이 있었습니다. 잘 살아보자고 해서 만났는데 전문가, 비전문가 모두 부정적이었어요. 그 때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떨어져 살기를 잘했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수확도 있었죠. 며느리와 시어머니는 서로 욕하면서 닮아가거든요. 남북 관계가 그랬습니다. 겉으로는 험담을 하면서도요. 북한에서는 남도 민요에 대한 재평가가 나왔습니다. 또 하나는 사물놀이에 대한 인식이 바뀌게 된 거예요. 남쪽에서는 북한의 국악기 개량과 현대화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죠. 최고 지도자가 예술 분야에 대해 관심을 품은 것에 대해서도요. 이후 다양한 형태로 교류 했어요.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교류가 없다가 최근 다시 교류를 하게 된 거죠. 전통공연은 국가적인 단위의 큰 축제에서 교류의 레퍼토리가 될 수밖에 없어요. 앞으로 이 레퍼토리를 어떻게 만들어나갈지가 숙제죠.
  • 민경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 대담 현장

세대를 넘어, 분단 너머의 소통

젊은 국악인들은 북한 음악 교류에 적극적인가요? 왜냐하면 허리 세대는 당연하게 생각하는데 어린 세대는 이에 대해 보수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저는 30대 후반인데, 얼마 전 TV를 보니 20대들은 "왜 통일이 돼야 하나요?"라고 질문하더라고요. 부정적이라기보다는 관심이 없는 거 같아요.
관심이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서로 잘 모르는 게 첫 번째 이유가 되겠죠. 다음으로는 자기의 현실을 극복하기에 급급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당장 내가 하고 있는 남도 음악도 안 되는데 북한 음악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는 거죠.
개인적으로는 어떠세요?
저는 관심이 있어요. 제가 몸담은 (한국음악앙상블) 바람곶의 멤버인 (가야금 연주자) 박순아 선생님이 재일동포로 어린 시절 조총련계 민족학교를 다니셨죠. 그래서 자연스럽게 20대 중반부터 북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실제 평양에 왔다 갔다 하신 이야기, 북한에 어떤 음악이 있었는지에 대해서요. 10~20년이 흐른 지금, 북한의 음악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궁금해요.
남한의 음악이 북한에 소개되는 것도 중요한 축이라고 생각해요. 과거 세대와 비교할 때 우리나라 국악 트렌드가 많이 변했잖아요. (전통음악에 재즈와 록 등을 결합해 새로운 시도를 한) '블랙스트링', '잠비나이' 등이 만약 북한에 가게 되면 반응이 어떨지 궁금합니다.
정통 국악계에서 생각하는 전통, 그야말로 지켜내야만 하는 보전적 의미의 전통적인 사고를 넘어서야 남북 관계에서 미래를 제안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북한에 통할지 안 통할 지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무엇을 합의하고 만들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굳이 남과 북이 소통할 음악을 꼽으라면 기악을 중심으로 한 교류가 남북을 잇는 다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가사가 있는 음악의 경우 오랫동안 떨어져 지낸 두 나라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도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죠.
4월 '봄이 온다' 공연이 열린 평양에서 한국 가요를 수용하는 분위기는 어땠나요?
우선 이 공연의 관객을 북한의 일반대중으로 바라보기엔 무리라는 전제가 있습니다. 대부분 엘리트였고, 음악가들이 상당수였죠. 큰 반응은 없었지만 강산에 씨가 실향민인 부친, 모친의 이야기를 하면서 노래를 하니 반응을 보이더라고요. 가사도 중요하지만 남북 관계를 연결 지을 수 있는 맥락과 상징이 있으니까 공유가 되더라고요. 남측의 큰 관심사였던 아이돌그룹 레드벨벳에 대해 객석의 반응은 크게 없었어요.
예전 남측의 평양 공연에서도 역시 아이돌 그룹인 '젝스키스'와 '베이비복스'에 대해 '경망스럽다' 등의 반응이 많았던 것으로 압니다.
그런데 욕하면서 따라해요. 북한 언론은 지도층을 반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제와는 다르죠.
민 교수님 말씀이 맞는 것이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이미 아이돌 그룹 노래들이 상당히 퍼져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죠.
남북문화교류의 핵심 중 하나는 '획일화'와 '다양성'의 싸움입니다. 다양성은 절대 획일화될 수 없어요. 획일성에서 항상 다양화 되는 것이죠. 남북이 교류 하게 되면 북한의 음악은 변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 만나면 만날수록 좋죠. 실패도 시행착오를 겪으며 서로 배우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죠. 남쪽에서 북쪽으로 간 사례들 조용필, 김연자, 사물놀이도 마찬가지에요. 다들 처음에는 욕하지만 어느 순간 따라하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교류를 하기 위한 드라이버를 찾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작곡가 윤이상 선생님 등이 남북을 연결하는 매개 역할을 하셨죠. 이런 분들이 없는 상황에서 남북문화교류는 맨땅에 헤딩을 하는 상황이라고 보는데 국가가 주도하는 것이 맞을까요, 민간이 밀고 나가고 국가가 좇아오는 것이 맞을까요?
과거에는 표면적으로 민간 교류라고 해도 '정부 주도형' 문화교류였죠. 정부가 주도하는것이 가장 수월하고 현실적입니다. 연결고리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남북의 분위기가 조금만 좋아지면 오히려 교류가 너무 많이 생겨서 문제일 겁니다. 올 가을이 1차 고비가 될 것 같은데, (9월 남북 정상회담으로) 분위기가 더 좋아지면 남북교류를 신청하는 단체가 더 많아질 거예요. 이와 관련해 정부와 관련 기관, 정부가 초빙하는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적극적으로 대화를 나눠 가야죠.
또한 남북교류에서 전통의 범주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전통의 범주를 한정짓지 않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창작 국악처럼 전통의 장점을 살리고 현대화해 실력과 의미를 보여주는 기회로 삼으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새로운 내일을 여는 플랫폼

마지막으로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차원에서 남북문화교류를 위해 어떤 지원을 하면 좋을까요?
교류도 중요하지만 교류에 앞서 음악 교과서를 만들면 좋겠어요. 시범적으로 함께 공유할 레퍼토리를 만드는 거죠. 교과서를 만들면 저작권 관련 법안을 시작으로 풀어야 할 것이 산더미죠. 자연스럽게 남북한이 모여 의논을 하는 계기가 됩니다. 그 과정을 통해 서로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내고, 이해할 수 있는 폭도 넓어지죠. 그렇게 교류하면서 간극을 좁혀 가야죠. 그런 작업이 없는 건 연애도 안 하고 '땡'하고 눈이 맞아 결혼해서 바로 호화로운 집에서 살려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지난 6월, 안은미 선생님이 북한 춤 공연을 준비하면서 필요한 자료를 찾는 데 힘들어했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학자와 연구자들은 쉽게 기준점을 잡고 익숙하게 자료를 찾을 수 있지만 예술가들은 어디서부터 접근해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북한 관련 자료가 적지는 않아요. 음원, 영상도 다 있죠. 물론 특정 관심을 반영하는 자료는 없을 수 있죠. 하지만 연주나 공연을 위해서는 특수 자료의 취급인가를 받은 기관이 다루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해요. 연구 활동을 제한하지는 않지만 연주나 공연 활동에 제약이 있기 때문에 자료 취급에 있어 인허가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죠.
네, 그렇기 때문에 예술가 개개인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재단이 나서주셨으면 해요. 누구나 쉽게 북한에 대한 자료에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해주는 것이죠. 플랫폼을 거점으로 더 많은 예술가들이 북한을 들여다보고 영감을 받아 다양한 창작활동의 뿌리가 되길 바랍니다.
남북한 예술가들이 함께 하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만들어주면 어떨까 합니다. 아주 짧게는 2주, 길게는 한두 달이요. 예술가들은 직관적인 사람들이라 소리를 들어보면 자신이 뭘 해야 할지 알거든요.
남한과 북한 각각 한 번, 혹은 중간지점에 레지던시가 생기면 젊은 청년들이 예술 안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국가가 나서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통일을 꿈꿔볼 수 있겠네요.
상) 좌측부터 이아람 음악감독과 국립국악원 천현식 학예사 하) 좌측부터 문학정책학 박사 노승림, 이재훈 기자
  • 이재훈(뉴시스 문화부 공연·음악 담당 기자)
  • 2008년 11월 뉴시스에 입사해 사회부를 거쳐 문화부에 있다. 무대에 오르는 건 뭐든지 듣고 보고 쓴다. 공연 현장의 작은 목소리도 놓치지 않는 그. 공연관계자들에게는 든든한 지원군이자 가장 긴장하게 만드는 기자이기도 하다.

[콘텐츠에 대한 만족도 평가] 위의 기사가 어떠셨나요?

 전송

공진단에서 준비한 다양한 이벤트에 참여하세요! 추첨을 통해 푸짐한 경품을 드립니다.

이벤트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