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전통처방전

전통공연의 재생의 길을 찾아서

글 김규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콘텐츠산업경제연구센터장)

최근 JTBC에서 방송된 '비긴어게인'에서 포르투갈의 파두하우스에 간 것을 보았다.
그들은 '파두'를 전통가요가 아닌 대중가요로 생각하는 듯 했다.
우리의 전통예술은 이미 대중성과 작별한 지 오래다.
가슴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을 전통의 심을 어떻게 다시 꺼내어 재생할 수 있을까.
들어가기:눈에 보이는전통공연예술의 위기
싫든 좋든 대한민국은 시장경제의 시스템으로 움직인다. 제조업뿐만 아니라 건설, 농업, 수산업, 복지 나아가 문화예술에도 적용이 된다. 시장 자본주의에서도 사회적 가치 및 전체의 효용에 도움이 되는 분야는 정부 혹은 공공의 지원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지원의 정도, 각 분야의 가치에 대한 차이, 대상의 선정 등에서 각 분야, 지역, 정당 나아가 정부의 차이가 생긴다. 각설하고, 아무리 대한민국 헌법 9조에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하더라도 시장 자본주의의 원칙에 전통문화와 예술이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한식, 한복, 한옥도 마찬가지이다. 새로운 유행과 관광객의 수요에 의해 4대 궁과 전주한옥마을에 (보기 싫든 아니든) 한복이 수놓은 것도 시장경제의 일환이며, 한식을 아무리 국가가 장려해도 먹지 않으면 시장에서 도태된다. 그렇더라도 전통문화예술 몇 가락은 남게 될 것이다. 단, 박제된 상태인지 살아있는 상태인지 혹은 얼마 전 네쌍둥이가 태어난 백두산 호랑이처럼 갇힌 상태인지 차이가 있다. 이러한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은 아무도 알 수 없고 어디서부터 바람이 부는지도 예측이 불가능하다. 단, 전통예술의 경우 이미 한 군데에서 시장경제의 외면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전북 우석대학교는 2016년 국악과를 폐지했다. 영남대와 원광대는 국악과를 음악과 내 국악 전공으로 축소했다. 그뿐 아니라 2017년 단국대학교는 '음악대학 국악과'를 '예술대학 음악학부 국악전공'으로 바꾸려고 시도했다. 게다가 모든 예술 전공을 학부제로 운영하는 논의를 하였다. 다행히 아직 죽전캠퍼스의 국악과는 남아있다. 그러나 국악과가 폐지되지 않은 대학도 사라진 곳의 진앙은 계속 발밑에 느끼고 있다. 2016년 12월 31일 기준 1,095명의 학사(전통공연예술관련) 졸업생과 239명의 석·박사 졸업생의 미래가 위협받는 것이 바로 그 진앙이다. 언제라도 지반이 갈라지고 집이 무너질 지 정확한 시점을 모를 뿐이다.
01 공급과 수요의산수
모든 생산자는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때 가치가 높아진다. 전문예술 분야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원칙은 산수처럼 간단한 것이다. 단, 곱셈이나 덧셈이 아닌 뺄셈과 나눗셈이 중심이 된다. 전통공연예술 기반이 무너지고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은 바로 뺄셈에서는 마이너스이고 나누기에서는 1 이하를 의미한다. 간단히는 수요를 늘리면 된다고 한다. 이러한 수요를 플러스로 만들기 위해 정책 차원에서 1951년 국립국악원 개원 이후 많은 일을 한 것이 사실이다. 전국에 무료공연을 늘리고, 체험과 교육을 거의 무료로 실시하고 나아가 문화예술교육 정책도 국악 분야에서 가장 선도적으로 시작되었다. 또한 국악 대중화라는 목표에 매진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상황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 지금도 전통공연예술 수요를 늘리기 위해 부산국립국악원의 단원은 경상북도에서 강원도까지 연주를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02 무엇부터 문제인가
대중화란 항상 정부나 전문가가 이야기하는 것이 대중화이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전통공연예술은 반만년이 넘는 역사 동안 우리들의 문화 자체였다. 이 모든 우리의 전통분야가 장르를 불문하고 대중화가 가능한 것인지 자문해봐야 한다. 분명히 조선시대에서도 대중화가 어려운, 애초에 대중화를 생각하지 않은 공급중심 혹은 소수 중심의 장르가 있었다. 현대에도 마찬가지이다. '국악의 대중화'라는 겉만 화려한 공약은 이제 던져버리고, 대중화 외에 정통성, 실험성 등이 우선되는 분야와 현대의 대중성과 결합이 가능한 분야를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중성이라는 것은 현대의 (시장의) 기호에 맞춘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중화가 가능한 분야는 전통공연예술을 넘어 현재 '우리의 음악', '우리의 춤'으로서 다양한 시도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전통공연예술'이 아닐지라도 현재 우리의 예술이고 대중문화이다. 이 벽을 깨주어야 후배들이 신나게 현재를 가지고 놀 수 있는 마당이 생겨난다. 반면 애초에 대중화와 다른 가치가 있는 분야는 정부의 정책적 노력과 꾸준한 향유기회확대를 위한 공적 지원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는 '국악'보다는 우리의 '음악'으로 크게 물줄기를 합수하는 것도 의미가 있으나 논란의 여지가 아직 많은 부분이다. 한 예로 방탄소년단의 콘텐츠는 가무악이 합쳐진 흥에서 어찌 보면 우리의 전통을 잇고 있는 현대의 전통연희가 아닐까? 개인적으로 잠비나이는 전통이고 BTS는 전통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무엇부터 문제인가
문화자본 정부 정책에서 수요를 늘리거나 아니면 중요한 인류의 가치에 대한 접근성을 늘리는 정책에서 문화민주주의를 흔히 이야기한다. 이를 통해 접근성을 늘리면 점차 '문화자본'이 늘어난다는 입장이다. 물론 문화자본론은 1996년 피터슨과 컨1)에 의해 문화잡식이론(Cultural Omnivorousness)으로 수정 보완되고 문화의 소비에 있어서 다양성에 대한 논의가 확장되기도 했다. 문제는 접근성을 늘리고 어려서부터 혹은 전국에서 '전통공연예술'(타 순수 예술 분야도 대동소이하다)의 수요를 늘리고자 하는 노력에서 효율성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조사2)에 의하면 '전통공연예술은 아직도 75%가 무료로 관람하고 있으며 입장권 구입은 25.1%에 불과함'으로 나타나는 것을 볼 필요가 있다. 즉 70년간 국악은 '무료공연'이라고 국민에게 인이 박인 상태이다. 무료로 교육하고 체험하고 감상하게 하는 것으로는 더 이상 후배들의 자리가 없다. 실제로 본인이 군 단위 농촌에서 어느 노인이 '인간문화재도 공짜로 공연하는데 젊은 것들이 돈을 밝혀'라고 말하는 것을 듣기도 하였다. 문화자본이 이제는 시장자본이 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1) Peterson, Richard A., and M. Roger Kern. 1996. Changing highbrow taste: From snob to omnivore. American Sociological Review 61.5
2)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2016년 전통공연예술 실태조사
전통공연예술 교육
일전에 보고서에 제시한 적이 있는 사항이다. 한때 많은 졸업생이 가능했던 일자리가 '사설학원'이었다. 입시학원 외에도 취미반 등이 있었고 물론 이때도 충분하지는 않지만 간간이 운영은 되는 정도였다. 그러나 공공기관, 지자체에서 무료교육을 시행하기 시작하면서 졸업생들은 이러한 '센터'교육에 밀리게 되었다. 그나마 정부에서 하는 교육의 경우 '정통성'을 담보할 수 있게 되었지만 지역의 각 센터, 아니면 국외 문화원의 교육은 천차만별이다. 국립국악원 혹은 진흥재단은 개별교육이 아닌 전국 학원 교육을 위한 교재, 국악 강사의 인증과 재교육 등에 투자하고 이들의 성장을 지원하는 정책 중심으로 나가야 한다. 또한 아마추어 국악 능력 평가 인증제(미흡하지만 시도된바)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태권도에서 국기원 가듯이 국악원을 오가게 만들 필요가 있다. 제발 이 정책을 제대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 아마추어가 늘어나야 전문가가 긴장하고 시장과 국민의 수요가 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재미있는 국악, 전통공연예술
상어가족 국악 버전을 본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상어가족 송을 좋아하지 않지만, 재미에 대해서는 매우 성공적이다. 의무가 아니라 '흥미', '취향', '재미'로 전통공연예술을 즐길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짧은 글이라 이에 대해 더 자세하게 쓰기는 어렵지만 민간의 다양한 분야와 접목을 할 때 간신히 가능한 부분이다. 그리고 현재 계획되고 있는 국악영상방송 등은 이를 위한 플랫폼으로 잘 운영되어야 한다.
03결론
현재 매년 천여 명의 졸업생이 배출되는 상황에서 전통공연예술 일자리는 조사된 것으로 17,111명, 중복을 감안하고 조사되지 않은 민간분야까지 포함하면 약 2만에서 3만 명으로 추산할 수 있다. 대부분이 지정문화재(보유자, 전수조교, 이수자, 장학생, 명예보유자)이며 이 자체가 일자리로 잡히는 것에 동의하기는 어렵다. 나아가 국공립단체 단원 약 2,900명(국악연감), 교원 약 1,700여 명이 포함되어 있다. 대부분 실연자, 교육자이다. 타 예술 장르와 비교해도 이게 정상적인 통계로 볼 수 있겠는가? 전문성의 다변화 누군가 전통공연예술계에 대해서 '불고기'를 예를 든 적이 있다. 좋은 한우와 고깃집은 많은데 요리사가 없다는 것이다. 먹거리로 예를 든 것은 심히 불쾌하지만 맥락이 있는 말이다. 즉, 훌륭한 연주자와 공연장은 있는데 이를 연결하는 전문가 집단이 없다. 있다 해도 대접받지 못하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기획, 제작, 음향, 조명, 작곡, 연출 등 너무나도 많은 분야에 전통공연예술을 이해하는 인력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수요자가 우수한 전통공연예술을 향유할 수 있어야 하는데 실연자, 교육자로만 대접받는 현상이다. 미술(시각예술)의 경우 순수 화가뿐만 아니라 큐레이터, 기획자, 딜러 등으로 나아가는 다양한 노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국악전문 중·고등학교에서부터 예술 기술·기획 인력의 양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전통이 제대로 보이고 들리기 시작할 때 수요가 나타나는 것이다. 초연결시대 미술을 다시 예를 들면 시각예술의 경우 현재 미술관, 화랑뿐 아니라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디자인 계통에서 활발하게 진출할 수 있는 길이 있다. 이제는 전통공연예술도 타 콘텐츠 분야와 초연결시대에 맞는 연결과 새로운 기술, 과학과 결합 등의 실험을 위해 선배들이 다리를 놓아 주어야 할 때이다. 마지막 짧은 글에 구체적이지 못한 주문만 늘어놓게 되었는데, 이제는 정부, 국공립단체, 교육기관, 무형문화재를 넘어서 벽을 깨는 새로운 일자리에 오작교를 놓을 수밖에 없는 시점이다. 다양한 전문분야가 양성되고 우수한 콘텐츠가 연결되어 창작, 제작되고 재미와 흥을 불러일으켜야 하며, 이는 우리의 콘텐츠가 급성장하고 세계에 알려지고 있는 지금 해야 할 일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관(官)중심의 직접 정책 중심에서 지평을 넓혀 민·관·학이 협력하는 정책과 '시장경제'에 대한 고려, 청년들의 다양한 활동에 대한 새로운 생각들이 중심이 되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김규원(한국문화관광연구원 콘텐츠산업경제연구센터장) 1994년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을 졸업하고 우연한 기회를 통해 프랑스 유학을 떠났다. 그 곳에서 축제가 지닌 문화의 힘을 발견, 귀국 후 현재까지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으로서 지역과 문화, 그리고 문화 공간, 도시 문화에 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전통공연예술과의 인연은 2010년 국악진흥발전방안 연구로부터 시작돼 전통공연예술 산업 육성 및 전통공연예술의 지역간 균형발전에 대한 연구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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