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전통처방전

전통일품으로전통의 미래에 질문을 던지다

글 편집실
한해에 1천여 명의 전통예술 전공자가 쏟아져 나오지만, 일할 수 있는 곳은 한정적이다. 어떻게 하면 이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을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전통일품(전통, 일자리를 품다)'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전통이 어떠한 미래를 품을 수 있을지, 그 현실과 가능성에 대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았다.
대담자
최영순 한국고용정보원 미래직업연구팀 연구위원(이하 최), 손혜리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이사장(이하 손), 전통계통 전공자 대상 사전신청을 통해 선정된 청년 1~4호

시작, 끝없는 고민

반갑습니다. 손혜리입니다. 일자리 문제는 비단 전통예술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현 한국 사회가 풀어야 할 중요한 과제 중 하나죠.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은 오늘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깊이 고민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우리 재단은 여러 분야의 전문가를 모시고 '일자리 다양성 위원회'를 구성하여 일자리 문제에 대한 체계적이고 실재적인 대안을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그에 앞서 일자리 문제의 당사자인 여러분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자 합니다. 오늘 모신 최영순 위원님과 함께 열린 마음으로 여러분의 고민을 귀담아듣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오랫동안 한국고용정보원에서 직업에 대한 연구를 해왔습니다만, 전통예술 영역에 계시는 여러분들에게 배울 것이 많을 것 같습니다. 직업에 대한 객관적인 입장에서 모든 문화예술계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듣고 공부하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청년 1호 저는 모 대학에서 국악이론을 전공했습니다. 저는 특이하게도 고등학교 시절부터 이론에 매력을 느껴 국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공연이나 미디어에서 국악을 접한 것도 아닌데, 갑자기 국악에 이끌려 지금까지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청년 2호 안녕하세요. 대학에서 처음 밥을 사준 선배가 전통 관련 동아리 선배였고, 그 계기로 전통의 세계에 입문하게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전통예술 쪽을 공부해보자고 마음먹게 됐습니다. 지금은 회사를 다니면서 한 보존회에서 기획을 하고 있습니다.
청년 3호 저는 국악과 중에서도 해금을 전공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방과 후 활동으로 시작한 사물놀이를 통해 소심한 성격이 외향적으로 바뀌었고 그렇게 연이 닿아 해금을 전공하게 됐습니다. 앞에 두 분과는 달리 전형적인 국악과 학생이죠. 현재는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취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청년 4호 저도 해금을 전공하고 있어요. 부모님께서 국악에 관심이 많으셔서 자연스레 전통악기를 접하게 됐습니다. 사실 아쟁을 배우고 싶었는데 그 당시 뜨고 있는 악기가 해금이라 선택하게 됐습니다. 평소에 진로에 대한 고민이 컸는데,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에서 오늘의 대담 참가자 모집 공고를 보고 신청하게 됐습니다.
전통예술인의 길을 선택했을 당시 꾸었던 꿈이 있었을 텐데, 4년 후 그 '꿈'과 현실의 '나' 사이에서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청년 1호 처음 국악을 접했을 때 매력적인 학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공부를 많이 하고도 전업주부가 된 선배들을 보며 걱정이 커져만 갔습니다. 그래서 2학년 때부터 다른 학과 복수전공을 시작했어요. 마케팅 쪽에 관심을 두고 공부하다 보니 국악의 대중성에 관심이 생기고 내가 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사실상 매스컴에서 국악은 외면받고 있잖아요. 국악이 학문적으로 재밌어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은 상태입니다.
청년 3호 대학에만 가면 모든 게 해결되는 줄 알았어요. '악기만 열심히 하면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대학에 갔습니다. 정작 들어와 보니 이미 예술고와 국악고 출신인 학생들이 선배들을 통해 정보를 선점하고 있었어요. 인문계 고등학교를 나온 저는 뒤처지는 느낌을 받았죠. 저는 그저 사물놀이가 좋았고 알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 길을 선택했고, 연주만이 사물놀이를 알릴 수 있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요즘 여러 대외활동을 하며 기획자 쪽으로 진로를 바꿔나가는 중입니다. 전공자들이 국악과 관련 없는 다른 직업을 가지는 것을 보면서 고민을 많이 하게 됩니다. 그래도 세계에 국악을 알리겠다는 꿈만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청년 4호 저는 국악의 대중화가 목표였습니다. 한 예술고등학교에서 국악을 전공했는데 제가 다녔던 학교는 타 예술 전공생들과 함께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그때 서양악기를 전공하는 학생들에 비해 소외되고 관심을 못 받았습니다. 그런 무관심 속에 있다 보니 '국악이 별로인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죠. 요즘은 대중화보다는 관객이 찾는 당당한 연주자가 되는 것이 꿈입니다.
청년 2호 저는 전통예술에 대해 다양한 시각을 가진 사람들을 보며 대학 시절을 보냈는데요. 덕분에 학자, 연희자, 대중까지 여러 입장에서 전통예술을 들여다 보게 됐습니다. 그런데 알아갈수록 '제도권'과 '비제도권'으로 나뉘어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서로 다른 방향에 대해서는 배제하고 불신한다는 느낌도 받고요. 파이도 적은데 부스러기를 갖고 싸운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통문화계의 가교가 되겠다는 포부를 가졌었지만, 쉽지만은 않습니다. 요즘은 '국악계를 향한 전공자들의 불만과 대중의 불만족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합니다. 전통계에 눈에 보이는 문제들에 대해 해결 방안을 만들어나가고 싶습니다.
  • 전통일품 대담회 현장 모습
  • 좌측부터) 최영순 연구위원, 손혜리 이사장

졸업, 취업,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

우리 전통계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나네요. 실질적인 질문을 나눠볼게요. 졸업과 취업의 문턱에서 가장 걸림돌이 되는 건 무엇이었나요?
청년 3호 대학교에 불만이 많았어요. 음악을 하는 사람이니 음악치료에 대한 정보를 얻으러 가면 취업상담실 분들도 모르시더라고요. 시간을 쪼개 찾아간 취업상담실에서 아무 도움도 받지 못하니 허탈감이 컸습니다. 인프라도 없고, 취업특강은 도움이 된 적이 없었어요. 대학에서 예술전공생을 길러내고 있다면 그 진로에 대한 정보도 당연히 갖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한 학기에 내는 등록금이 얼만데요.
청년 1호 '국악과'라는 전공 자체가 취업의 발목을 잡아요. 복수전공한 것으로 취업했는데도 교수님이나 학교 측에선 국악과의 취업률에 포함 시켜요. 저희가 알아서 따낸 건데 말이죠. 이런 현실인데도 교수님께 복수전공을 한다고 하면 벌써 분위기가 확 달라집니다. 국악의 대중화를 원한다면 다양한 분야에 대한 경험과 시각도 중요하니 복수전공을 하는 것도 좋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연주자들은 대회가 있지만 이론 전공자들은 대회도 따로 없고, 학술대회를 가도 저처럼 어린 연구자에게 발언의 기회가 주어지는 일은 드뭅니다. 평론이나 비평도 객관적이거나 건설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전공 교수님들은 임기를 채우고 나가면 끝이라는 생각만 가지고 계신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전공생들이 나갈 시장을 넓혀줘야겠다고 생각을 하시는 분이 과연 몇 분이나 계실까요?
청년 2호 전통예술계 자체가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입니다. 분명히 다양한 시선을 가진 인재가 필요할 것 같은데 업계는 그런 사람을 원하지 않더라고요. 다양성을 가지면 회색분자, 주변인 같은 평가를 받는 것 같습니다. '과연 이 업계의 장벽에 구멍을 뚫고 들어갈 수 있을까'라는 고민마저 생깁니다. 저는 3년째 하루 세 시간 정도 자면서 국악공연을 보고 관련 책을 읽고 전수관에서 수업을 듣고 저만의 기획 노트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이렇게 힘들게 노력해도 답이 안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계속 활동을 해야 하나, 아니면 아예 다른 방향으로 진로를 정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많습니다.
청년 4호 국악과라는 자체가 발목을 잡는다는 말에 동의해요. 저는 기악을 전공하다가 다른 길로 가는 사람들에 대해 실력이 부족해서 다른 진로를 택했다는 편견적 시선이 부담스러워요. 정말 현실적인 진로 문제를 고민하는 것인데 말입니다. 연주자 자리 하나가 나면 심사위원의 제자가 합격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악기를 계속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어떻게 해야 전통예술인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예술만으로 먹고 살 수는 있을까?'라는 현실적인 고민이 많습니다.
청년 1호 저도 동의합니다. 국악원은 국내 유일의 국악을 담당하는 기관이잖아요. 그렇다 보니 국악원에 자리 하나가 나면 전국 각지에서 2~300명이 우르르 몰립니다. 채용의 투명성에는 정말 회의적입니다. 채용 비리에 관한 기사가 나도 전공자들 사이에서만 회자 될 뿐 외부에서는 관심 밖의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전통 일자리를 향해

여러분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오늘 이 자리가 좀 더 일찍 마련됐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에선 하반기에 '일자리 다양성 위원회'를 운영합니다. 이 위원회에서 꼭, 이것만은 해줬으면 하는 것이 있을까요?
청년 2호 대부분의 전공자들은 선생님들 눈 밖에 나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어도 눈치만 볼 뿐 도전하지 않아요. 다만 그런 시도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선생님들도 정부 기관과 연계되어 있다고 하면 크게 나무라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젊은 국악인들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게 중계자가 되어주시길 바랍니다. 기관이 가지는 상징성이 있으니 젊은 친구들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도록 통로가 되어주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대부분 연주자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국악을 하다 보니 행정처리, 기획 등과 같은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을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 잘 모릅니다. 전 친한 연주자가 저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이들을 소개해주곤 합니다. 이런 일을 위원회에서 해주시면 어떨까 싶어요.
청년 1호 우물 안 개구리로 사는 친구들이 많아서. 창직(創職)이 아니더라도 공연기획자 외에 저희가 생각지도 못한 일자리를 소개해준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국악이론 전공자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주면 더 좋겠죠.
청년 4호 '인크루트'나 '사람인'처럼 전통분야 일자리도 한눈에 볼 수 있는 플랫폼이 있었으면 합니다. 비상임단원 한 자리에도 많은 사람이 몰리고 이 또한 그 정보를 먼저 얻은 사람들에게만 유리해요. 비정기적으로 뜨는 공고에 단체별 홈페이지를 일일이 검색해야 하는 현실입니다. 전통분야 내 다양한 일자리를 한 곳으로 모으고, 일자리 통계자료를 만들어주셨으면 해요.
청년 3호 서울시 지역구마다 문화재단이 생길 예정이라고 들었어요. 이렇게 정책에 따라 변화하는 일자리 생태계 소식을 재단을 통해 바로 접할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실무에 유용한 실무중심의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교육환경을 열어주셨으면 해요.
청년 2호 우스갯소리로 취직과 승진 소식은 장례식 후에 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일자리가 없습니다. 지역연계사업이 있으면 좋겠어요. 단발성 사업이 아닌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 창작 지원 제도로는 형편없는 작품을 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지원받은 자금 대부분을 생계와 창작에 나눠야 하는데 단발성 지원에 작품보다 현실의 생계를 더 생각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안성의 '바우덕이'처럼 호흡을 길게 가져갈 수 있고 지속할 수 있는 사업을 발굴해주신다면 좋을 것 같아요.
전통예술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하고 싶은 일이나 가장 찾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
청년 1호 소속감을 느낄 수 있고, 안정된 일을 하고 싶습니다. 취업하기 전에 졸업 유예를 하는 것도 소속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대학원으로 가거나 팀을 만드는 것도 소속이 없으면 불안한 심리 때문이기도 하거든요.
청년 3호 문화계 일자리 하면 제일 먼저 재단을 떠올리게 됩니다. 그것만이 일자리일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만 안정적인 일자리에 대한 고민은 계속될 것 같습니다.
청년 2호 국악을 지역 문화센터와 연결해서 길을 모색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대중을 대상으로 지역과 연결해주면 일자리가 늘어날 것 같습니다.
위원님, 오늘 전통공연예술계에 대한 적나라한 이야기를 처음 접하셨을 텐데 어떠셨나요?
실제 예술전공을 한 학생들의 고민을 들을 자리가 없었는데요. 오늘 학생들의 말을 듣고 많이 반성하게 되네요. 외국에 있는 직업 사례를 더욱 열심히 찾아보고 예술과 관련된 새로운 직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리고 교수님들을 모셔서 그분들의 이야기와 고민을 듣는 시간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 예술계의 가장 큰 문제는 엘리트 위주의 교육이죠. 대학에서 예체능계는 숨기고 싶은 자식이라 불릴 만큼 취업률이 현저히 낮습니다. 대학에서 커리큘럼의 변화도 당연히 있어야겠죠. 예술을 전공하면 예술의 역량을 가지고 확대된 길을 가는 방법이 분명 존재합니다. 예술 전공생들을 살펴보면 창직 아이디어가 구상에서 구체적으로 나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별다른 지원책이 없다 보니 초기 관심에서 끝나고 상품화시키지 못하고 있어요. 이런 사례가 많이 모이면 학생들에게 진로인식의 기회가 확대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교수님, 교육자, 사회, 공공기관 영역에서 할 일이 다르듯 실제로 전공자 개개인들이 해야 할 일들이 다 다릅니다. 연주자로서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 대신 개개인이 펼칠 수 있는 역할과 기능의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음악을 전공한 사람이 갖는 전문성으로 다른 사람들과 경쟁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여러분처럼 예술을 전공한 선배로서 꼭 이 말을 전해주고 싶었어요.
진로 또한 아는 만큼 보이는데, 틀을 깨지 못하는 전통전공생들이 훨씬 많겠죠. 이들에게 다양한 것을 접하는 기회가 제공되어야 합니다. 더불어 사회가 예술 전공인들을 바라보는 선입견에 대해 접점을 찾고 칸막이를 무너트리는 작업을 지속해야 할 것입니다.
교수님들의 평가, 사회의 기준에 휘둘리지도 말고, 주눅도 들지 말고 여러분들은 새로운 시도를 끊임없이 해야 합니다. 이렇게 적극적이고 똑똑한 친구들이 있다는 것에 위로가 됐어요. 친구들이 고민이 많은 만큼 그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통분야에서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만들어갈 수 있도록 재단에서도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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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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