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OPLE

그들의 이력서

무대 밖에서 질문을 던지다 연출가 남인우

규정하고 구별 짓는 것이 익숙한 사람들에게 자기만의 언어로 세상에 질문을 던지는 사람

Chapter 01신상털기

  • 이름남인우
  • 생년월일1974. 12. 18
  • 별자리사수자리
  • 별명남장군, 남사장
  • 소속극단 북새통
  • 직업예술감독, 연출가

Chapter 02인생이력

  • 1993평택 한광여자고등학교 졸업
  • 1993한양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입학
  • 2000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아동청소년극 전공
  • 20122012년 서울어린이연극상
    연출상 수상
  • 현재극단 북새통 예술감독 및 상임연출
나의 변곡점
두 번째 연출작인 <가믄장아기>에서 해금 전공인 친구와 가야금 전공인 친구에게 출연을 권유했다. 전통을 꼭 넣어야겠다는 소명의식보다는 내가 작품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들은 다 써봐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작품 발표 후의 반응이 재미있었다. 마당극계에선 ‘마당극이 아니다’, 연극계에선 ‘마당극이다’, 혹은 ‘전통연희다’, ‘전통연희가 아니다’ 등의 평을 들었다. 한 작품을 두고 다양한 해석과 질문이 쏟아지는 것을 보고 잘 만들었다는 확신이 들었다. 또, 한국에선 규정짓고 구별 짓는 것이 참 익숙하다고 생각했다. 그때 내가 만드는 것이 꼭 어떤 범주 안에 들어가야 할 필요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 주변의 반응에 휩쓸리지 않기로 한 것이다.
전통의 매력에 빠지게 된 계기
어렸을 적 엿장수가 좌판을 펼치고 가위 치는 장면이 연극적으로 재미있었다. 엿장수 흉내도 많이 냈다. 미군기지가 있던 송탄 출신인데 별천지인 미군기지와 달리 주위는 논밭뿐이었다. 이질적인 문화 속에서 내 안의 정체성을 찾아가려 했다. 대학에선 연극영화학을 전공했지만, 대학로의 연극보다는 사물놀이와 풍물패의 소리를 더 많이 접하며 보냈다. 특히 내가 대학을 다니던 때엔 ‘서태지와 아이들’이 국악을 접목한 ‘하여가’를 들고 나왔다. 노래에 흐르는 태평소 소리가 참 매력 있었다. 하나의 특정한 계기로 전통에 매력을 느끼게 된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삶 대부분의 시간 동안 전통이 아주 멀지도 아주 가깝지도 않게 곁에 있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작업으로도 이어졌다. 연출가로서 판소리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보다 친구 ‘이자람’이 옆에 있었고, 함께 이야기를 만들고 싶어서 그가 잘하는 판소리를 활용하려다 보니 작품이 만들어졌다. 관심 있는 이야기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였다. 결국 내 안에 있는 것, 내 친구에게 있는 것을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전통의 영역에서 이야기를 만들게 되었다.
예술가라면 넘어야 할 것
전통을 접하면서 두 가지 아이러니를 맞닥뜨렸다. 하나는 ‘동북아의 근대정신’이고 또 다른 하나는 ‘서양의 것은 멋있다는 고정관념’이다. 예부터 자꾸 빼앗기다 보니 자연스레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이 강해진 듯하고, 현대문명 속 ‘전통은 지루하다’는 편견은 전통이 나아가야 할 길목에서 발목을 잡는다. 예술가는 이 둘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전통은 박물관으로 들어갈 수도 있고 현대화의 중심에 설 수도 있다. 장르의 본질적 의미와 핵심을 봐야 한다.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 지루한 것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발견한 전통의 가능성
판소리는 지루하고 고루하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판소리를 지켜야 한다는 것 또한 선입견이다. 나는 이러한 선입견 없이 판소리를 들었고, 새로운 형식의 판소리를 접했다. 우연한 계기로 이자람 씨에게 판소리를 배웠었다. ‘심청가’에서 심봉사가 돌아오는 대목이었는데 내가 직접 해보니 이미지가 선명하게 그려지는 느낌을 받았다. 굉장히 놀라웠고 신선했다. 판에서 소리를 하는 것이 아닌 소리가 판을 만드는 체험이었다. 시각의 노출을 제거하고 청각의 이미지만으로 시각적 이미지를 생산해내는 것이 판소리이다. 각자 상상하는 이미지가 천차만별이다. 이렇게 판소리는 관객을 적극적으로 개입시킨다. 그 적극적 개입이 관객에게 큰 즐거움을 준다.

세계 속의 전통

프랑스에서 ‘사천가’와 ‘억척가’를 공연할 당시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 그들이 잘 알고 있는 ‘브레히트’의 작품을 새롭게 각색해서 프랑스인들을 놀라게 했다. 프랑스의 한 예술대학 교수는 내 공연을 보고 ‘이제 프랑스는 연극의 언어를 새롭게 배워야 한다’고 까지 평했다. 판소리는 시각적, 연극적으로도 굉장히 미니멀할 수밖에 없다. 제한성을 극복해나가는 것이 예술의 매력이다. 판소리는 소리꾼과 고수의 기술만으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 나가는 과정이다. 현대음악은 화성으로 만들어지는데 판소리는 화음조차 없다. 리듬과 패턴을 중심으로 축조해 나간다. 이러한 단순함은 현대음악가 중에서도 아방가르드를 추구하는 이들이 하고 있는 음악이다. 서양인들에겐 판소리가 지리멸렬하고 고루한 것이 아니라 전위적이고 세련되게 들린다.

‘사천가’의 한 장면

현재 하고 있는 일
요즘은 예술교육에 중점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주로 청소년을 가르치는 예술가들, 교사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고 있다. 나는 청소년과 어린이와 같은 특수한 계층, 나에겐 특수하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특수할 수 있는 전통 등 끊임없이 비주류적인 곳에서 질문을 던지려 한다. 청소년들을 위한 예술교육과 전통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은 있다. 그러나 대부분 거대 담론에 그치고 만다. ‘지켜야 한다’, ‘해체해야 한다’ 정도에 머무르는 것이다. 나는 조금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 중이다.-- -- -- -- -- -- -- -- --

예술교육의 한 장면

'예술감독'과 '연출'이라는 직업
연출가는 결국 질문은 만드는 사람이다. 무대 위에서 퍼포먼스를 다루는 것은 기획자이다. 연출가는 질문의 방식을 자기 언어로 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은 기술을 잘 다룬다고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좋은 연출가는 잘 듣는 사람이다. 세상의 이야기를 잘 듣고 나의 동료 그리고 나의 장점을 찾아서 가고자 하는 방향을 제시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관객에게 그 방향을 제시한다. 나 자신에게, 또 세상에 새로운 질문을 나만의 방식으로 던질 수 있다는 것이 연출의 매력이고 예술의 본질적 가치라고 생각한다.

직접 연출을 맡았던 연극 <가믄장아기>

Chapter 03 개인 취향

추천할 만한

입체낭독극을 준비하기 위해 어떤 소설을 무대에 올려야 할지 찾아다녔다. 서점에서 우연히 윤성희 작가의 <웃는 동안>을 발견했다. 아무런 기대 없이 펼쳤다가 첫 네 줄을 읽고 ‘이거다’ 싶었다. 단숨에 삼키듯 그 자리에서 한 권을 다 읽었다. (현대문학상, 올해의 예술상, 황순원 문학상 등을 수상한 윤성희 작가의 단편 소설 <웃는 동안>은 시한부 인생으로 살던 중 갑작스러운 죽음을 당한 ‘나’와 장례식에 찾아온 친구들의 이야기이다.)

윤성희 작가의 소설 <웃는 동안>

주목하는 단체나 예술가
지난 3개월간 작품준비에 몰두하느라 사실 나에게만 주목하고 있다. 그전에는 국악밴드 ‘씽씽(SsingSsing)’에 눈길이 갔다. 아마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그 밴드의 공연에는 전통의 고루함에 대한 극단적 저항의식이 느껴진다. 보컬 추다혜의 목소리도 매력 있다. 무엇보다 ‘비빙’의 활동 중단이 안타깝다. 전통예술계가 큰 자산을 잃었다고 생각한다. 청년적 발상, 새로운 시도를 하는 중견그룹이 사라지는 것이 아쉽다. 처음 반짝하는 것보다 지속하는 것이 더 어렵다. 그것은 개인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중견그룹들이 활동을 지속해 신진들에게 롤모델이 되어주어야 한다. 그러려면 전통예술계의 저변이 넓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국악밴드 ‘씽씽’의 공연 모습 (출처_ 유튜브)
국악그룹 ‘비빙’의 공연 모습 (출처_ 유튜브)
나의 성격
낯선 사람들과 있을 땐 말이 많지만 오히려 친한 친구들과 있을 땐 말수가 적어진다. 편한 사이일수록 불필요한 말로 어색한 침묵을 채워야 한다는 부담이 사라진다. 한번 발을 담그면 몸을 다 담근다. 하기로 결심했다면 똥인지 된장인지 직접 찍어 먹어봐야 직성이 풀린다.
즐기는 취미
옥상에 텃밭을 가꾸고 있다. 토마토, 고추, 가지, 수세미, 여주, 치커리, 오크라, 장미 등 농사를 짓고 수확하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활동하는 분야가 많다 보니 항상 바쁜데 농사를 짓기 위해 시간을 내는 것이 나의 중요한 일과가 되었다. 작물들을 살피며 생각도 정리하고 나를 되돌아보기도 한다. 요즘 나에게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주는 일이다.
가장 좋았던 순간
매 순간 의미를 부여하고 살지 않다 보니 한순간을 꼽기가 어렵다. 돌이켜보면 힘들었던 시간들이 결국 나에게 좋은 경험을 하게 해줬다. 대학 시절 뒤늦은 사춘기가 와서 나에 대해, 나를 둘러싼 세계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던 시간, 아프게 끝난 연애 때문에 게임중독에 빠졌던 시간 등 당시엔 힘들었지만 돌이켜 보면 내가 자라는 데 자양분이 된 순간들이다.
나에게 전통이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 나는 내 안에서 그 이야기를 전할 방법을 찾는다. 그렇게 작품을 만들다 보면 자연스럽게 전통적인 요소가 배어들어 있다. 결국 내 안에 전통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나뿐 아니라 한국 태생의 모두가 그렇지 않을까 생각한다.

Chapter 04 이상과 현실

나의 현재와 만족도
지난 주말, 친구들과 옥상에서 오이소박이를 담았다.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으며 대화도 나누며 보내는 시간이 참 좋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작품에 대해 생각을 하느라 골몰하기도 한다. 항상 바쁜 스케줄에 쫓기지만 나름의 행복을 찾아가고 있다.
내가 꿈꾸는 순간
친구들과 함께 하와이 여행을 3주간 다녀온 적이 있다. 오랫동안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며 사느라 여행을 자주 가지 못하는데 그땐 3주를 뺐다. 왜 다들 하와이로 신혼여행을 가는지 알 수 있었다. 눌러살고 싶을 만큼 좋았다. 그렇게 오래 여행을 가긴 힘들겠지만 일 년에 한 번은 국내여행이라도 꼭 가려고 노력한다. 가지 못하더라도 날짜와 장소를 계획한다. 여행을 기다리는 순간이 좋다.
앞으로의 계획
올 하반기에는 창작극을 계획 중이다. 국립극단에서 실험연극을 만드는데 국립극단 선언문을 주제로 공연을 준비 중이다. 또, 연극원에서 외부연출 초청 레퍼토리 중 하나로 작품을 올릴 예정이다. 그리고 창극을 하고 싶다. 뮤지컬과는 차별화된 무대를 만들기 위해 고민할 것이다.

나의 키워드

  • 토마토
  • 찰나 그리고 일상
  • 걷기
  • 오디오
  • 친구 목소리
  • 째려보는 눈
  • ‘만약에’라는 단어
  • 신나서 웃는 소리
  • 보조개와 속눈썹
  • 옥상
  • 보노보노
  • 친구 집에 놀러 가기
  • 오르간 소리
  • 거문고 산조
  • 지붕 처마 빗소리
  • 가지치기
  • 장미
  • 구스타프 말러
  • 오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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