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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뛰어넘는 한국 음악의 전위들<문밖의 사람들: 門外漢> 시리즈 프리뷰

글 서정민갑(대중음악 의견가)
전통음악과 대중음악의 경계에서 우리를 초대하는 이들이 있다. <문밖의 사람들 : 門外漢> 시리즈에서는 경계와 장르를 넘나들며 우리를 매혹시킬 세 팀의 공연을 준비했다. 각기 다른 매력으로 한국 음악의 저변을 넓히고 있는 이들을 만나보자.
  • 생각해보자. 지금 누가 문 안에 있는가. 누가 문밖에 있는가. 안과 밖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인가. 기준을 만드는 사람은 누구인가. 무릇 음악의 경계는 장르를 따라 그어지곤 했다. 장르의 경계는 국경과 겹칠 때가 많다. 서구의 고전음악 클래식, 한국의 전통음악 국악, 브라질의 보사노바, 자메이카의 레게처럼. 하지만 교통과 테크놀로지의 발전은 경계를 희미하게 만든다. 이제 어떤 세대에게 레게음악은 판소리보다 친숙하다. 소리꾼 박동진이 우리 것이 좋다고 말했을 때, 우리는 그제야 우리 것이 좋을 수 있음을 깨달았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밖에도 좋은 것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경계를 나누고 우리 것에 가산점을 주더라도 의도적으로 좋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 솔직히 말해보자. 지금 즐기는 음악 중 문밖의 음악은 무엇인가. 한국 전통음악인가, 클래식인가, 대중음악 장르인가. 물론 세대, 젠더, 취향 등에 따라 문 안에 있는 음악과 문밖의 음악은 다 다르다. 그러나 한국의 전통음악이 다수의 문 안에 있다고 자신하기는 어렵다. 다행히 한국 대중음악계에서는 전통음악을 차용하거나 변용하고 계승하는 시도를 계속해왔다. 1970년대 송창식과 양병집, 1980년대 김수철과 정태춘, 최근의 장사익뿐만 아니다. 한국 전통음악계에서도 대중음악 장르의 어법을 섞고 연계한다. 많은 이들이 대중음악 양식에 더 친숙하고, 한국 전통음악 양식만으로는 당대의 삶과 정서를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계화하고 디지털화한 삶. 그 가운데 온전히 한국적인 무언가가 얼마나 있을까.
지금 한국 대중음악 뮤지션 중에도 한국적 정서와 방법론에 천착하는 이들이 있다. 그중에는 국내외의 경계, 장르의 경계를 뛰어넘는 이들이 있다. 이제 안과 밖을 오가는 뮤지션들 중에서 아시안체어샷, 잠비나이, 최고은의 음악을 통해 그들이 끌어안은 전통을 보자. 음악 속 한국을 보고 세계를 보자. 예술가는 그 자체가 거울이고, 작품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작품에 대한 반응으로도 더 많은 오늘을 볼 수 있다.
한국적 무늬를 가진 록 밴드

아시안체어샷

(왼쪽부터) 황영원, 이용진, 손희남
아시안체어샷은 록 밴드이다. 2011년에 데뷔한 아시안체어샷은 3장의 EP와 2장의 정규 음반을 발표했다. 하드록과 사이키델릭에 걸쳐 있는 아시안체어샷의 록 사운드를 다른 동류의 밴드들과 구별하는 가장 큰 차이는 음악에 배어 있는 한국적 질감이다. 아시안체어샷은 질박하고 흥겨운 힘이 있다. 한국 전통음악을 전공한 이들조차 팝에 가까운 질감으로 곱고 예쁘게 노래할 때, 아시안체어샷의 타령 록 스타일은 더 도드라진다. 이들은 타령과 육자배기의 거침없는 토속성과 생명력을 자신들의 록 음악으로 옮긴다. 록 음악은 블루스의 토속성과 생명력에서 싹텄기 때문에 토속성과 생명력을 가졌다는 사실이 특별하지는 않다. 하지만 아시안체어샷의 토속성은 블루스에서 싹터 사이키델릭과 하드록 등으로 이어진 토속적 에너지에 한국 전통음악의 민속성을 들이부었다는 데 특징이 있다. 아시안체어샷은 국악기를 사용하지 않고, 전통음악의 음계와 장단을 복제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들의 음악에는 우리가 한국적이라고 익히 알고 있는 질박함과 흥건함이 있다. 이 질박함과 흥건함은 세계화되어버린 시대에도 끝내 사라지지 않은, 몸에 밴 한국적 질감일 것이다. 이들의 세대가 한국의 전통과 완전히 단절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들은 한국적 질감을 록 음악의 전통적인 사이키델릭과 연결함으로써 이전 몇몇 한국 록 뮤지션들이 그러했듯 한국 전통음악과 록 음악이 잘 어울릴 수 있을 뿐 아니라, 한국 전통음악과 록 음악이 사이키델릭이라는 정서와 사운드로 맞닿아 있는 같은 뿌리의 다른 방법론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몸에 밴 전통, 장르를 뛰어넘은 사이키델릭의 증거인 아시안체어샷은 더 주목받아야 하고, 더 사랑받아야 할 만큼 매혹적이다.
장르라는 틀에 가둘 수 없는 존재

잠비나이

(왼쪽부터) 최재혁, 이일우, 유병구, 심은용, 김보미
2009년에 결성한 밴드 잠비나이는 데뷔 초기 세 명이었던 멤버가 모두 한국 전통음악을 전공했다. 김보미는 해금을, 심은용은 거문고를 연주한다. 이일우는 기타, 피리와 태평소를 연주한다. 그런데 이들의 음악은 그전까지 국악기를 연주하거나 활용하는 뮤지션들과 판이하다. 이들은 한국 전통음악의 정서와 방법론을 모델로 현대화하거나, 현대 대중음악의 정서와 방법론을 국악기로 재현하지 않았다. 이들은 한국 전통음악의 정서와 방법론을 놓치지 않고, 현대 대중음악의 정서와 방법론을 끌어안으면서 잠비나이의 음악을 만들었다. 이들이 거문고, 기타, 피리, 태평소, 해금을 연주할 때 그 소리에는 한국 전통악기가 담지해온 정서가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연주로 사이키델릭과 포스트록 사운드 등을 재현하면서 국악기를 어떻게 확장할 수 있는지 보여주었다. 잠비나이는 록 사운드의 폭발력을 국악기를 통해 압도적으로 표현했을 뿐 아니라, 국악기로 록 사운드를 재현하면서 록 사운드에 한국 전통음악의 방법론을 이식해 다른 사운드의 영토로 비상해버렸다. 잠비나이는 특정 장르의 방법론에 갇히지 않고 자신들이 표현하려는 사운드와 정서를 표출하기 위해 음악의 국경을 수시로 뛰어넘는다. 베이시스트 유병구, 드러머 최재혁과 함께 5인조 밴드 체제로 활동하는 잠비나이는 국악과 록을 뒤섞어 잠비나이만의 음악을 한다. 그리고 그 음악에 세계가 환호하고 열광한다. 세계의 예술 축제와 음악 페스티벌을 오가는 잠비나이는 한국 음악의 가능성과 확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안팎으로 그 반응이 뜨겁다. 어쩌면 우리가 가장 모르는 우리 음악을 하고 있는 그들. 오히려 문밖에서 더 환영받고 있을지 모를 그들이다.
음악으로 시공간을 여는

최고은

최고은은 싱어송라이터이다. 소리를 공부한 후 록 밴드에서 활동하다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는 독특한 이력의 최고은은 6장의 EP와 1장의 정규 음반을 발표했다. 포크 싱어송라이터처럼 보이는 최고은. 그러나 기존 포크 뮤지션들과는 조금 다른 노래를 들려준다. 그녀의 음악은 코스모폴리탄에 가깝다. 비행기를 타고 현대 도시를 바쁘게 오가는 것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최고은은 차가 다니지 않는 세계를 걷고 유랑하는 코스모폴리탄이다. 그녀는 세계 곳곳 민속음악의 질감과 그 뿌리 깊은 정서를 긴 호흡으로 재현한다. 그녀의 음악은 한 지역, 한 장르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녀가 다니는 곳, 그녀가 체험하는 시공간의 공기와 삶이 음악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때로 특정 장르의 스타일이 도드라지지만 그 순간에도 그녀의 음악은 늘 다른 장르를 향해 열려있다. 감정의 원형, 삶의 뿌리, 음악의 핵심을 포획할 줄 아는 최고은은 세계가 하나로 연결된 시대, 다른 지역 음악으로서의 월드뮤직이 아니라 세계를 다 끌어안는 진정한 의미의 월드뮤직을 한다. 세계 곳곳에서 그녀의 노래를 청하는 일은 당연하다. 최고은 역시 문 안과 밖을 오가며 묻는다. 당신의 문은 어디를 향해 열리고 닫히는지에 대해.
이 세팀의 뮤지션들은 음악적 장르도 속성도 표현 방식도 모두 다르다. 다만 이들 모두 전통음악의 국경에 놓인 이들이다. 한국 전통의 변용을 다 보여주지 않더라도 이들은 제각각 다른 길로 우리를 초대한다. 경계의 실체에 대해 묻고, 경계에도 불구하고 다르지 않은 삶에 대해, 음악에 반응하는 우리의 보이지 않는 마음에 대해 묻는다. 서로 다른 감동을 선사하는 한국 음악의 전위를 만끽하며 더 풍성한 한국 전통음악의 내일을 꿈꿔보시길. 당신이 문 안에 있든, 문밖에 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문이라는 것 자체가 출구이자 입구 아니었던가.
공연안내<문밖의 사람들 : 門外漢>
  • 잠비나이 <잠비나이 ; intuitive>
    8. 31. 금 20:00 | CKL스테이지
  • 최고은 <유목증후군 - Nomad Syndrom>
    9. 1. 토 20:00 | CKL스테이지
  • 아시안체어샷 <두드리다>
    9. 2. 일 17:00 | CKL스테이지
  • 관람안내 | 만 7세 이상, 전석 초대
  • 문의 |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02 580 3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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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정민갑(대중음악 의견가)
  •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이자 숨은 음악가들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온스테이지의 기획위원이기도 했다. ‘근본적으로, 급진적으로, 즐겁게’ 그의 메일 서명란에 적혀 있는 문구에서 느껴지듯 공연과 페스티벌 기획, 연출 나아가 정책연구 등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과 관련해서 할 수 있는 모든 영역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서로는 <대중음악의 이해>(공저), <대중음악 히치하이킹 하기>(공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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