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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째 이야기]가장 오래된 서정가요, 공무도하가와 공후

글 천수림(아트저널리스트)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다큐멘터리 제목으로 널리 알려진 이 구절은 4언 4구의 '공후인'의 일부이다. 공후가 전해주는 구슬픈 전설 속으로 들어가본다.
公無渡河 그대여, 물을 건너지 마오. 公竟渡河 그대 결국 물을 건너셨네 墮河而死 물에 빠져 돌아가시니, 當奈公何 가신 임을 어이할꼬..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1)

흰 머리를 풀어헤친 사내가 술병을 들고 물을 건너고 있었다. 아내가 그를 쫓아가며 말렸지만 결국 물속 깊이 빠져버렸다. 아내는 공후를 타며 ‘공무도하公無渡河’라는 노래를 지어 불렀다. 구슬픈 노래가 끝나자 그녀도 물속으로 몸을 던졌다. 새벽에 배를 탄 조선의 진졸津卒 곽리자고가 이 장면을 목격했고,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전하듯 아내 여옥에게 들려주었다. 여옥 역시 이 사연에 슬퍼하며 공후箜篌, Konghou 2)를 안고 음악을 들려주었는데 이 소리를 들은 이들은 모두 아릿한 슬픔을 느꼈다. 여옥은 이웃집의 여용에게 이 음악을 전해주었다. 이 이야기는 고조선으로 추정되는 서정가요 ‘공후인箜篌引3)의 탄생 비화다.

머리가 흰 그 백수광부白首狂夫는 누구였을까. 학계는 백수광부를 주신酒神, 여옥을 악신樂神으로 보는 견해가 많고 이외에도 무당으로 보는 해석도 분분하다. 신화시대인 고조선은 주술적 효험이 신성시되는 시기를 지나, 이성의 시대로 변화하는 사회상을 반영한다. 이외에 백수광부와 아내의 잇따른 죽음은 영원한 사랑, 낙원으로의 회귀 등 다양한 해석을 낳고 있다.

가장 오래된 고조선의 서정가요인 공무도하가를 통해 그 당시는 샤먼의 땅이 아니었을까 하는 상상의 세계로 이끈다. 여옥이 타는 악기, 공후의 소리는 어땠을까. 공후는 동양의 고대 현악기로 알려져 있는데 기원은 고대 아시리아다. 아시리아의 악기가 어떻게 고조선까지 이르렀을까. 아시리아제국이 가장 강성하던 시기인 아슈르바니팔Ashur-Bani-Pal, B.C 668~625 때는 메소포타미아, 엘람, 이란, 소아시아, 시리아, 팔레스타인, 나일강 상류의 이집트 테베에 이르는 곳까지 방대한 영토를 차지했다. 아시리아는 수메르인, 아카드인, 아모리인, 바빌로니아인들이 발전시킨 옛 메소포타미아의 역사와 문화를 계승한 혼합 공동체였다.

아시리아인은 수메르인이 숭배했던 하늘의 신 아누Anu, 땅과 물의 신 엔키Enki, 엔릴Enlil을 숭상했고, 아시리아는 아시리아인들의 수호신인 아슈르Ashur에서 유래했다. 대제국이었던 아시리아도 칼데아인, 메디아인, 스키타이인의 연합세력에 의해 기원전 612년에 멸망에 이르렀다. 아시리아인들이 역사의 무대에 등장하고 사라지는 동안 그들의 악기였던 공후는 서역과 인도를 통해 중국으로 유입된 후 고조선까지 흘러왔다.

공후는 이미 중국 전한前漢 시대에 이미 연주에 쓰였고, 공후空侯 또는 감후坎侯는 금 · 슬琴瑟과 흡사했다고 전해진다. 수금竪琴 형을 지닌 수공후는 고대 아시리아로 이어진다. 중국에서는 후한의 영제靈帝, 재위 168~189 때도 연주되었고, 남북조시대에 사산조의 페르시아와 중앙아시아를 거쳐 수 · 당시대 호악胡樂의 대표적인 악기로 연주되던 것이다. 주로 궁중의 의식과 연회음악에 쓰이다가 일반인들에게 퍼졌다. 부조와 회화에서 그 당시의 음악 풍경을 연상해 볼 수 있다.

좌측부터 공후, 수공후, 와공후 | ©한국학중앙연구원

5,0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가장 오래된 현악기인 공후는 고대 사냥꾼의 활에서 진화되었다. 고대 악기엔 돌 호루라기, 뼈 호루라기, 뼈 피리, 심벌즈, 오카리나 정도 될 것이다. 기원전 1200년경에 이미 고대 아시리아나 중화 지역은 근본적으로 완결됐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고, 이후 2천 년 동안은 큰 변화가 없었다. 공후는 페르시아에서 중앙아시아와 인도에 소개되었고, 중국의 진Qin 나라 이전에 이미 신장에서 인기가 많았다. 한 왕조의 우Wu 황제가 서역으로 진출하던 시기에 중국으로 유입되었고 다른 경로를 통해 유럽으로 전파되어 하프Harp라고 불렸다. 공후와 하프는 거슬러 올라가면 같은 형제인 셈이다.

14세기 후반부터 인기가 점점 식어가며 명나라 때 사라졌다가 20세기에 들어서 더블 브릿지 하프로 부활했다. 공후는 하프처럼 완만한 곡선에 울림통이 있는 곳에 현을 당겨맨 형태로 둔황벽화에 등장한다. 일본에서는 ‘백제금百濟琴’이라 부른다. 서양의 하프를 연상시키는 공후의 이미지는 1980년 중국 길림성 화룡현 용두산에서 발굴된 정효공주貞孝公主 무덤의 고분벽화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그림에 드러난 발해渤海의 공후는 수공후의 일종이다. 우리나라 통일신라시대의 범종 중 현재 강원도 평창에 있는 상원사에 있는 국보 제36호 상원사 동종의 종신을 보면 서로 마주하는 두 곳에 구름 위에 서서 공후와 생을 주악하는 비천상이 돋을새김 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상원사 동종의 일부 모습

공후에는 봉황鳳凰 장식이 조각되어 있다. 봉황은 상서롭고 고귀한 의미를 지닌 상상 속 동물로, 고대 중국에서 신성시했던 사령四靈 4) 중 하나다. 공후와 함께 들어온 또 하나의 문화 아이콘은 불사조 문화다. 이런 불사조의 문화는 세계적으로 널리 퍼져 있다. 중국과 유럽, 인도, 아시아에 걸쳐 피닉스, 가루다 등 불멸의 새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다. 서양의 하프에는 황소 머리를 본뜬 장식이 달려 있기도 하다. 고대 악기 중에는 수금 혹은 리라Lyres라고 불리는 악기가 있다. 현재 수메리아 수금의 개조품이 영국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데, 여기에서도 황소 머리 조각을 볼 수 있다. 농경사회에는 소를 영물로 여기는 토착종교가 많았다. 우상의 상징인 황소 머리를 조각한 것을 보면 이 악기의 소리를 영혼의 소리라고 믿었던 것은 아닐까. 수금은 기원전 2,800년 전 수메리아 그림 속에서도 등장하는데 그 역사가 얼마나 깊을지는 알 수 없다.

그리스 도기 속 오르페우스 | 출처 미술대사전

수금하면 두 개의 신화가 떠오른다. 구약성서의 영웅적 인물인 다윗과 그리스 신화의 오르페우스다. 두 이야기 속에서 수금은 영혼의 악기로 묘사된다. ‘이아손과 아르고의 선원들’ 편에는 오르페우스가 바다의 마녀 세이렌과 경쟁을 벌이는 장면이 나온다. 고혹적이고 아름다운 세이렌의 노래에 취하면 넋을 잃고 바다로 뛰어들어 그의 제물이 되는데, 오르페우스는 세이렌의 노래가 들려오자 수금을 연주한다. 오르페우스의 음악에 취한 선원들은 세이렌의 노래를 듣지 못하고 무사히 바다를 지나간다. 물 속으로 뛰어든 백수광부와 악상에 취한 선원들의 모습이 묘하게 중첩된다.

활형 하프는 기원전 3,000년경 서아시아에 등장한 후 종교 의식이나 연회에서 쓰였다. 하프가 인기 있었던 때는 로마 제국에서였다. 당시엔 행렬, 제사, 이시스Isis 5) 숭배의 종교의식 등에서 쓰였고, 주로 여성이 연주했다. 플라톤이 '몽상적인Dreamy' 악기라며 배척했다고 전해지는데, 동서양 모두 ‘이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변화할수록 환영받지 못하는 악기였던 셈이다.

이집트의 이시스 신전 ©Corel

그리스의 대표적인 무역항이었던 델로스섬 킨토스 산 밑에는 이시스를 기리는 신전이 남아 있다. 기원전 2세기 초에 선원들의 안전과 행운을 위해 건축됐다고 하는데 이시스를 기리는 신앙은 이집트와 그리스, 로마 멀리 영국까지 퍼져 있다. 이시스는 이집트의 대표적인 아홉 신 중에 하나로, 사막의 지배자인 세트 신에게 살해당한 오시리스의 아내이자 여동생이며 호루스의 어머니이다. 이시스는 나일 강을 주관하는 여신이자 풍요의 신으로 유명하며 하늘의 여왕, 바다의 어머니, 별의 어머니로도 불린다. 이집트에서는 강력한 마술사로 아버지인 태양신 라La와 맞선 인물로 묘사된다. 나는 몇 해 전 이집트를 여행한 적이 있는데, 내게 이집트는 ‘신화의 땅’이었다. 이시스를 만나러 이집트에 온 유럽의 여행객들과 마주쳤던 기억이 있다. 이집트에는 이시스를 기리는 신전이 남아 있으니 가능한 여행이겠지만, 우리에게 고조선은 역사이지만 여전히 상상 속의 나라일 수밖에 없다.

다행히도 귀하게 남아 있는 ‘공후인’을 통해 그 당시 고조선과 그 주변국가(물론 근대 국가의 개념과는 다르겠지만)는 어땠을까 상상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문학사에서는 백수광부를 제정일치 사회에서 제사장이나 무당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굿이나 제사를 통해 권위를 부여하던 시대가 끝나고 법과 규율로 통치하던 시기에 들어서면서 이런 질서는 점차 무너지게 된다. 이 노래는 단순히 남녀의 이별이 아니라 변화하는 사회상을 담았다. 고대의 신화시대는 현대에 이르러 다양한 문화 콘텐츠로 재생산된다. 중국의 드라마 <산해경 : 태고의 전설>이 대표적인 예이다. 가장 오래된 기서인 산해경을 모티브로 한 드라마는 중국에서 굉장한 화제를 모았다. 우리에게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서정가요 공후인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에게 변주될까? 음악의 여신이라 여겨지는 ‘여옥’이 들려주는 공후 소리는 어떨까? 들어보지도 못한, 들을 수도 없는 불가능한 음악을 따라 고조선으로 페르시아로 아시리아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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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 KBS1 국악한마당‘공무도하가’

  • ArTravel ‘공후’Arrange Culture

[각주]

1) 출전 『해동역사(海東歷史)』.

2) 공후 箜篌 , Konghou 비파처럼 생긴 스물 석 줄로 된 현악기

3) 중국 진(晋)나라 시대 사람 최표(崔豹)가 지은 <고금주(古今注)>와 조선 후기 한치윤의 <해동역사> 등에 수록되어 있다.

4) 고대 중국에서 신성시했던 네 가지 동물을 사령이라 하여 기린, 거북, 용, 봉황을 지칭한다.

5) 이시스는 이집트의 여신으로 로마가 이집트를 정벌한 후 로마문화로 유입되었다.

  • 천수림(아트저널리스트)
  • 삶은 여행의 여정이며, 여행의 영향력은 삶에서 결코 사소하지 않다고 믿는다. 2018서울사진축제 프로그램 디렉터, 월간 <사진예술> 편집장으로 활동했고, 각종 미술 매체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KBS1 라디오 <문화공감>에서 ‘중국예술기행’을 진행했고, 저서로는 <북경살롱>, <엄마네 레스토랑으로 저녁 먹으러 갈래?>, <세 도시 이야기(공저)>가 있다. 현재는 아트저널리스트이자 시각문화 비평가로 다양하게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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